1년 간 밀리의 서재 구독해 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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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래머로서 활동하고 있는 찐사장은 종이책도 자주 구매해서 보는데요. 좁은 제 방에 더 이상 책을 둘 곳이 없어 올해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구매한 책을 전부 다 읽진 않지만 언제고 책이 읽고 싶어 졌을 때 지체 없이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쟁여두는 편입니다. 맥시멀리스트의 면모가 여기서도 드러나네요. 그렇게 한 권, 두 권 사들이다 보니 책장부터 책상 위, 옷장 서랍에까지 책을 꽂았는데도 모자라 바닥에 책을 쌓아두었습니다. 눈에 보일 때마다 책 좀 그만 사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더 이상 웃음으로 때우기도 민망해 이번달부터 밀리의 서재 구독을 시작했어요!!! 

 

아날로그 세대 끝자락에 태어난 저는 아직은 손으로 쓰는 게 더 편하고, 모니터보다는 종이에 적힌 글자가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주로 모니터를 보며 일하지만 집중해서 봐야 하는 문서가 있다면 꼭 인쇄해서 읽습니다. 밑줄도 긋고 여백에 필기도 해가며 읽어야 또 제 맛이거든요. 그리고 실물이 있어야 온전히 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은 e-book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많아봤자 고작 2, 3천 원 차이인데 굳이 내 것인 듯 내 것 같지 않은 전자책을 구매할 이유가 없었거든요. 기왕이면 소장할 수 있는 물건이 낫잖아요?

 

그렇지만 제 방 크기는 그대로인데 갖고 싶은 책은 끝없이 늘어나다 보니 방이 점점 좁아져 답답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책을 사기 전에 자꾸 검열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과연 이 책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따지게 되고, 또 술술 익히는 책보다는 다소 어렵고 심오해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을 골라서 사게 된 거죠. 인물의 복잡한 심리나 인간관계를 그려낸 소설, 문체가 아름다운 시집보다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딱딱한 책들만 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것도 마치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져 흥미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밀리의 서재 PC뷰어 내 서재
밀리의 서재 PC뷰어 '내 서재'

그래서 e-book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 년씩 구독하면 구독료가 더 저렴해서 일년치를 한 번에 결재했답니다. 

 

첫 번째로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읽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직접 구매하는 게 아니다 보니 책을 선택하는 허들이 낮아질 거고,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라던가 그동안 아는 척만 했지 끝까지 완독 해본 적 없는 고전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테니깐요. 특히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영단어 책이라던가 외국어 책(사놓고 잘 안 볼 테니깐요)을 읽기에도 좋습니다. 의외의 수확은 매거진이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선 패션뿐만 아니라 여행, 영화, 인테리어, 경제경영, 디자인 등 다양한 주제의 매거진을 볼 수 있어요. 요즘 가장 잘 읽고 있는 매거진은 동아비즈니스 리뷰입니다. 대학생 때는 도서관에 다양한 매거진이 구비되어 있어 종종 읽곤 했는데요. 매월 구독하려니까 돈도 없고, 막상 사놓고 꼼꼼히 읽지 않으면 아깝더라구요. 그런데 e-book으로 읽으면 궁금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전혀 죄책감이 없고, 여러 분야에 대한 트렌드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좋아요. 편중된 독서 습관을 바꾸고 싶었던 게 e-book 구독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로 방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눈에 띄는 곳곳에 놓인 책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그 많은 책들을 언젠가는 모두 읽어야 한다는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분명히 읽으려고 산 책인데 몇 장을 채 넘기지도 못하고 책장에 고스란히 들어간 책도 있어요. 또 어떤 책들은 제목에 끌려서 샀지만 정작 기대에 못 미치는 책들도 있었죠. 그래서 책들을 모두 꺼내서 e-book으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중고로 팔았어요. 여전히 남은 책도 많지만 그래도 책을 팔아 1년 정기 구독권료 정도는 벌었습니다. 그리고 비워진 공간만큼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안 그래도 무거운 가방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아무리 작은 가방을 들고나가도 가방이 너무 무거워요. 꼭 필요한 것만 챙겼다고 생각하는데도 말이죠. 예전에 한창 자기 계발에 빠져 출퇴근 시간에 책을 들고 다니며 읽고, 잠깐 여유가 생기면 틈틈이 책을 꺼내 읽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괜히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가방이 작아서(?) 또 어떤 날은 들고나간 책 말고 다른 책이 읽고 싶어서 책을 못/안 읽게 되더라구요. 저는 여행 가서 책을 읽는 로망이 있는데요. 해변가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호텔 테라스에서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좋더라구요. 그런데 간혹 책을 들고 갔다가 못 읽고 돌아오게 되면 안 그래도 무거운 캐리어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e-book은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에 있더라도 모든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겠다는 핑계로 태블릿을 샀는데요. 핸드폰만으로도 충분하더라구요. 오히려 한 페이지가 10줄 내외라 한 페이지씩 끊어 읽기도 편해요! 

밀리의 서재 어플 검색 화면
밀리의 서재 검색 화면

이렇게 적다 보니 좋은 점만 나열한 것 같은데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보니 아쉬운 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아! 저는 다른 e-book 서비스는 이용해 보지 않아 타 서비스와 비교를 하거나 '밀리의 서재'를 홍보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네요. 우연히 밀리의 서재로 e-book 구독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용하다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아마 제가 느낀 점들은 다른 e-book 서비스에도 모두 적용되는 내용일 거예요. 글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라면 이해해주세요. 서비스 개선을 바라며 담당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열렬한 구애의 글이니깐요.

 

이미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전자책 서비스의 가장 큰 단점은 종이책에 비해 권수가 적다는 것이겠죠.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가 읽고 싶은 바로 그 책이 없다면, 그리고 그런 책의 권수가 많다면 서비스를 시작할 이유도 계속 이용할 이유도 없겠죠. 저도 밀리의 서재를 가입할지 말지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책들이 있는지부터 검색해봤습니다. 안 나오는 책도 꽤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저는 다양하게 골고루 읽으려는 욕구가 컸기 때문에 서비스 가입을 했습니다. 없는 책은 당분간 사서 봐야겠단 생각으로요. 그렇지만 꼭 읽고 싶거나 읽어야 하는 책 몇 권만 찾는 사람들에겐 큰 허들이 될 거예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이 세상 모든 책을 e-book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제가 예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분명 있겠죠?  

저라면,

오히려 이점을 가입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로 기획할 거예요. 매달 가입자들이 도서 입고 요청한 책들을 리스트업 해서 그다음 달 홈 화면에 top 10으로 노출하는 거죠. 그러고 나서 투표를 받아 선정된 도서는 그다음 달에 계약하고 제공하는 겁니다. 만약 한 달만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예상 오픈 가능 일정을 공지하고, 지금 운영하고 있는 'coming soon! 놓쳐선 안될 책'과 같은 UI로 기획하는 거예요. 고객들이 '알림 받기' 서비스를 설정해두면, 자신이 투표한 책이 언제 나오는지 기대하게 되면서 동시에 자신의 행동이 실제 서비스에 기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책 한 권을 e-book으로 제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고생이 뒤따르겠어요. 그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정작 몇 명 안 읽으면 맥이 빠지잖아요. 그렇지만 고객이 원하는 책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그건 보람 있는 일일 거예요. 

밀리의 서재 모바일 페이지 화면
출처: '밀리의 서재' 모바일 페이지

추가로 도서 입고 페이지도 지금과 다르게 풀어보면 어떨까요? 지금은 위와 같이 3단계를 거쳐야만 도서 입고 요청이 완료됩니다. 말이 3단계지 도서명도 적고 저자도 출판서명도 작성해야 해요. 많은 소비자가 도서 입고 요청을 클릭해보고 그다음엔 포기했을 거예요. 저도 다음 페이지를 보고 꽤 놀랐거든요. 이건 전환율을 분석해보면 알 수 있겠죠? 인내심이 많아 3단계까지 완수한 소비자가 있더라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입고 요청을 하지 않고 슬며시 탈퇴할지 모릅니다. 이런 노고를 감수하면서 도서 입고 요청을 했는데 이 책이 입고는 되는 건지, 누군가가 과연 이 책을 입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면 뭣하러 시간을 들여서 이걸 작성하고 있겠어요?

 

소비자가 책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가 없다면, 검색어에 매칭되는 후보 도서가 하단에 뜨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치하는 도서 밑에 입고 요청 버튼을 클릭하면 한 번에 신청이 완료되는 거죠. 이미 밀리는 알라딘과 연계해서 원한다면 알라딘 사이트로 넘어가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밀리에서 볼 수 없는 도서도 알라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검색어에 매칭되는 도서를 보여주고 구독자가 입고 요청을 하도록 기획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두 번째로 타인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거예요. 좋은 책을 읽을 때면 종종 '도대체 이 분들은 어떤 글을 읽고 경험해왔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특히 요즘 브런치에서 핫하게 활동 중인 작가분들 글을 보면요! 같은 것을 읽고 느끼면 저도 조금이나마 비슷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저뿐인가요? 지금 브런치에 올라오는 무수히 많은 글의 주제 중 하나도 '책'입니다. 책을 읽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함께 나누고 서로 추천해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밀리의 서재도 전자책을 제공하는 서비스 이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책 읽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댓글도 남기고 서평도 적고, 또 저와 비슷한 취향을 지닌 다른 사람들의 서재도 구경하면서요. 물론 책장을 공개할 수도 또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겠죠. 

 

마지막으로 전자책 판권을 준 작가에게 수집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겁니다. 이 부분은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아니라면 작가의 원활한 작가 활동과 다음 작품에 참고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어떨까요? 완독한 구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특히 어떤 챕터를, 어떤 내용을 많이 읽었는지, 어떤 인용문을 많이 저장했는지를 분석해 공유하는 거죠. 종이책을 읽을 때는 단지 판매 부수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독자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 책을 사서 전부 다 읽었는지, 읽다 말았는지, 어디까지 읽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몇몇의 열렬한 팬이 자발적으로 블로그에 서평을 적어주기 전까진 말이죠. 하지만 e-book 서비스로 수집된 데이터로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한 독자의 평균 독서 시간 대비 특정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 인용구 수, 한 페이지에서 머문 시간 등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정보를 작가에게 제공한다면 이를 참고해 다음에는 더 좋은 책을 기획해볼 수 있겠죠. 이러한 데이터로 작업한 다음 책은 그 판권을 제일 먼저 밀리의 서재에 줄 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어요. 그리고 저 역시도 꾸준히 이 서비스를 쓰고 싶은 마음이고요.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더 좋은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고생하고 계실 담당자님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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