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다스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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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지난 과거 일에 대한 후회보단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일에 대한 걱정을 더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종종 밤새 뒤척이게 만드는 후회거리들이 있습니다. 어제 밤늦게 치킨 먹지 말 걸. 아까 좀 무섭더라도 그 말은 했어야 했는데. 괜히 마케팅으로 이동하겠다고 했나, 옮기지 않았더라면(응?). 그때 그냥 미안하다고 할걸. 한 번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새벽 두세 시를 훌쩍 넘기곤 합니다. 그럼 아침에 또다시 시작하는 거죠. 어제 일찍 잘걸.

 

하지 않았더라면 벌어졌을 일들과 했더라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며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그랬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를 상황을 상상하며 잠시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뒤따르는 건 이미 해버린 선택에 대한 자책감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 철학책을 뒤적여봤습니다. 이전에 한 번 글을 썼지만 7개월째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거든요. 철학이라곤 대학교 때 교양 수업으로 들어본 게 전부라 책 한 권 가지고 있는 건 없는데 전자책은 읽다가 말면 그만이니 한 번 시도해본 거죠. 아는 철학자가 적은 탓인지, 아님 니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인지 유독 니체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고. 그만큼 제가 철학에 무지합니다.

 

그러다 기나긴 후회의 늪에서 저를 건져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사실 정확한 문장을 어디서 읽었는지 최근 읽은 책을 세 권이나 다시 뒤져봤는데도 찾지 못해 기억에서 재구성했습니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시간 여행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언제나 지금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갑니다. 세상이 뒤바뀔만한 큰 사고라던가 누군가의 죽음과 같이 중대한 사건들을 막거나 바꾸려고 말이죠.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가지고. 하지만 상황을 바꿔보려 이것저것 시도해보더라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 말더라고요. 그럼 이젠 자책감에 무력감까지 더해지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니깐요. 마치 제가 밤새 침대를 뒤척이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 알고 있는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를 돌아보게 되니 뭔가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나는 좀 다를 것 같고 그러니 그나마 지금 하곤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복잡하고 괴롭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저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어요.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대해 다른 결과를 상상하려고 발동을 걸기 시작하면 일단 저 문장을 떠올리고 머리가 진정될 때까지 되뇌는 거죠.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는 역시나 똑같이 행동할 거라고요. 처음에는 이게 오히려 저를 무력하게 느끼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머리가 단순해졌습니다.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상상할 것도 없으니깐요. 그러니 바꿀 수 없는 것을 머릿속에서 자꾸 떠올리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대신 바꿀 수 있는 내일에 집중하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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