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각이 들었던 착한 맛 데드풀, <프리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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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떤 히어로물을 가장 좋아하세요? 아이언맨? 토르? 슈퍼맨? 배트맨? '히어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진 않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물은 데드풀이에요. 히어로랑은 거리가 먼가요? 어쨌든 히어로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막강한 능력치와 범접할 수 없는 스탯, 설령 히어로가 되기 전에는 평범하고 찌질했더라도 히어로가 되고 나선 세상의 모든 멋을 다 가진듯한 스타일을 전부 가지고 있지 않죠. 아, 절대 죽지 않는 매우 희소한 능력치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히어로의 자격(?)이라곤 무한 부활 능력 하나뿐인 그에게는 모든 걸 커버하는 병맛 개그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어느 히어로물보다 잔인할 수 있는 씬들이 오히려 만화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데드풀에 대한 찬양은 여기까지 하고 프리 가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데드풀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프리 가이에서도 라이언 레이놀즈가 같은 말투를 쓰기 때문입니다. B급 개그코드는 살짝 톤 다운했지만, 비슷한 톤과 시청자를 향해 말을 거는 듯한 말투로 데드풀 같은 느낌을 주죠. 그런데 또, 보다 보면 트루먼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땐,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보기를 추천하는데요. 영화를 보기 전부터 내용을 짐작하고 기대하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한정된 시간 내 상상을 하다 보면 반전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죠. 예고편이 몹시 재밌었던 영화는 종종 실망감을 안겨주더라고요. 저는 예고편에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말투를 쓰는 걸 보자마자 예고편을 끄고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여러분들도 여기까지만 보고 영화를 보신 후에 나머지를 읽기를 권해드려요. 개인적인 평가: ★★★★☆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아래 설명드릴게요.)

 

 

프리 가이 리뷰 START

프리 가이 스토리 요약

프리 가이는 '프리 시티'라고 하는 게임 속 세상의 npc(not person character)인 '가이'(라이언 레이놀즈)가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밀리(조디 코머)를 만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많은 내용들이 녹아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스토리로 느낄지 다를 것 같은데요. 끝까지 보고 나면 이게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도, 악당(앤트완)을 혼내준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도, ai를 어떻게 봐야 할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스토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각자의 상황과 스탯에 따라 더 감동적인 포인트를 더 크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지금부터 제가 더 크게 느낀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리뷰를 해볼 것 같네요.

 

 

관전 포인트 1 데드풀 + 트루먼쇼 +???

먼저, 라이언 레이놀즈가 나온 것에서부터, 그리고 우리한테 말을 거는 듯한 그 말투에서부터 데드풀이 연상되더라고요. 그런데 과하게 밝고 활기찬데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산다는 점에서, 트루먼 쇼가 생각나더라고요.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점만 다를 뿐, 그 게임을 지켜보는 관객이 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PD, 개발자)가 있다는 점에서 자꾸만 오버랩되더라고요.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것은 '가이'의 친구들도 모두 npc라 모두들 게임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 혼자만 모르면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거든요. 

그 밖에도 아마 또 다른 영화들을 찾아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다 보고 돌아와 몇몇 영화 리뷰 유튜버들의 영상을 봤는데 제가 느끼지 못한 다른 영화들도 많이 언급하시더라고요. 확실히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다른 것 같았어요. 하지만 꼭 다 알아야만 재미를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아니니깐요. 

 

 

관전 포인트 2. 선글라스의 상징

저는 줄곧 이 선글라스에 꽂혔어요. 요즘 재테크 서적을 너무 열심히 읽어서 그런가 봐요. 부의 추월차선도 그렇고, 돈의 속성을 봐도 그렇고, 부자들이 돈을 보는 관점과 돈을 버는 전략이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 밖에 더 많겠죠? 그리고 한 번 그 관점을 익히고 나니까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더라고요. 요즘 재테크가 워낙 핫한 주제라 다들 그러시겠죠? 

 

 

마찬가지로 이 선글라스는 npc가 아닌 플레이어만 착용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으로, npc가 보기엔 그냥 평범한 선글라스입니다. 그들에겐 그냥 히어로임을 나타내 주는 하나의 신호에 불과하죠. 그냥 선글라스니깐요. 그렇지만 특별한 계기로 선글라스를 빼앗아 쓰게 된 가이는 이전에 보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똑같은 세상인데 선글라스를 안 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글라스를 끼면 보이게 되는 거죠. 어디에 가야 힐링 포션을 얻을 수 있는지,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는지,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소위 레벨업에 도움이 되는지 말이죠. 우리 사회도 비슷하지 않나요? 여기까지도 살짝 씁쓸했는데 가슴을 먹먹하게 한 장면은 바로 그다음에 있습니다. 

 

 

가이의 절친인 버디도 역시 npc입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후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가이는 버디를 위해 선글라스를 하나 더 빼앗아 그에게 건네주죠. 그냥 선글라스를 한 번 껴보기만 하라는 가이의 말에도 버디는 거절합니다. 자신은 무섭다고 하면서 말이죠.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이전과 달라질 삶이 두려워 너무 많은 기회들을 흘려버리고 있지 않을까요? 어떤 책에 적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두려워한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소리지? 어떤 멍청한 사람이 자신의 성공을 두려워한단 말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순간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기회를 잡지 못한 버디가 참 안타까웠는데요. 지금 이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본인이 얻어낸 선글라스가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릴 때, 엄마, 아빠 말을 더럽게 안 들었잖아요? 내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 얻어낼 때까진 남이 뭐라 해도 안 들리는 법이죠. 

요지는 빨리 자신의 선글라스를 찾아야 한다 이거예요.

 

관전 포인트 3. 게임 속 세상 구성을 위한 현란한 CG와 디테일

게임을 구현한 것답게 정말 현란한 CG를 뽐내줍니다. SF물에서 무리한 CG를 쓰면 과하고 티 나서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는데요. 프리 가이는 CG가 납득되는 세상인 게임 속이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를 더해줍니다. 게임 캐릭터들은 사람이 연기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포털이 생기고 무기를 쓰고, 조작을 통해 지형, 지물이 바뀌는 것을 보며 현장감을 더하죠.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자주 하지는 않는데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프리 가이가 어떤 게임을 오마쥬한 게임인지 하나씩 떠올려보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하나, 프리 가이가 심시티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npc는 이름도 정말 대충 만들었는데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남자'를 뜻하는 가이와, 가이의 친구(Buddy), 엔딩 무렵에 가이를 막기 위해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 듀드(어떤 놈)까지. 그리고 이 듀드는 개발이 덜 된 채로 론칭을 해 온전한 문장을 뱉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임팩트를 주어야 할 첫 등장 씬에서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캐치프레이즈라고 하죠.

 

 

개인적으로는 선글라스로 대표되는 플레이어와 npc의 간극이 우리 사회를 적절하게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해 아주 가볍게만 보게 되진 않더라고요. 한 편으로는 인디 게임의 코드를 훔쳐서 게임 시리즈 프리 시티를 만든 악당 앤트완을 물리치고, 매일 붙어 지내느라 몰랐지만 나를 짝사랑한 파트너와 결국 이어지고, 평범한 캐릭터가 어떤 계기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를 모아 놨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리 과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저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 재밌게 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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