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옷 안사고 살아보기] 2021년 버킷리스트에 저장
- 잘 읽기
- 2020. 12. 21.
Book Review
내 아이디어의 오리지널리티를 뺏겼다. 빼앗긴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나도 2021년에는 옷을 사지 않아 보겠다고 생각했다. 꽤 오래전부터 했던 다짐이지만, 이건 마치 다이어트처럼 말뿐인 그런 것이었다.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그런 것. 어렴풋하게 평소 지출 중 식비 다음으로 지출이 큰 게 옷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그게 정확히 얼마인지는 계산해보지 않았다. 조금이지만(아주 조금) 매달 꾸준히 적금을 넣고 있기도 하고 카드로 몇 달치 월급을 땡겨 쓰고 있긴 하지만 명절까지만 버티면 명절 상여금으로 어찌어찌 커버될 정도였다. 버는 돈을 남김없이 쓰는 게 결코 현명한 소비는 아니지만 빚지고 사는 것도 아니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봤을 땐 "그래 봤자 뭐 얼마나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쇼핑할 때 많이 사긴 해도 대신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하는 정도니까 큰 지출은 한 4번 정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은 아무리 열었다 닫아봐도 여전히 옷이 없다. 이상하게 옷장이 가득 차고도 남아 아우터를 걸 행거까지 따로 집에 들였고, 그거 말고도 5단 서랍장이 3개, 거기다 침대 밑에 서랍까지 옷이 꽉 찼는데도 옷이 없다. 오늘 입으려고 꺼낸 옷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도 입었던 옷 같고 또 오늘 입게 된다면 당분간은 입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백화점 어플로 구매 금액을 봤다. 하 미쳤지.
심지어 "Special"등급은 2019년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받은 등급인데, 그럼 난 2년 연속으로 매년 약 800만 원어치의 옷을 샀단 의미다. 물론 저 안에 식료품을 산 금액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10만 원 안팎이지 않을까 싶다. 미쳤지, 미쳤다. 다시 생각해도 미쳤어. 아마 8백만 원 중 한 1, 2백만 원은 엄마 찬스를 쓴 거긴 하지만 그건 뭐 우리 집 돈 아닌가? 내 연봉의 절반 가까이 되는 돈을 옷에 갖다 바쳤구나 싶었다. 게다가 순전히 이건 신세계 백화점에서 산 금액만 합산한 거니까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을 한 것까지 치면 천만 원 가까이 될 것이다. 천 만원. 너가 금연을 했으면 벌써 벤츠를 샀겠단 농담처럼, 내가 옷값을 아꼈으면 지금쯤 벤츠 앞바퀴 정도는 장만했겠지.
그래서 이번에는 진지하게 마음을 굳게 먹자고 다짐했다. 2021년에는 옷을 안 사기로 나와 굳게 약속하는 거다. 물론 이 다짐을 하는 순간 내년에 옷을 안 살 거란 생각에 한 두벌 추가 지출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참았다. 마침 그 때 다음 메인 화면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도 블로그에 데일리룩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올리면 되고,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떄문이다. 무튼 저자는 본인이 갖고 있는 옷을 이리저리 매치해보고 그걸 사진으로 기록해보니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은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잊고 지내던 옷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 더해 사이즈가 크거나 작아서 못 입는 옷, 같은 디자인의 색만 다른 옷, 나이 때에 어울리지 않는 옷 등등을 정리해 옷장을 싹 비웠다고 한다. 168벌정도 꼭 필요한 옷의 수를 정해두고 그걸 다시 카테고리별로 쪼개 소유하고 있는 옷 개수를 제한했다. 그러고 나니 새로운 옷을 사려면 기존 옷을 버려야하기 때문에 더 신중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가지고 있는 옷만 잘 입고 새로 사지 않는 걸 목표로 해보려 한다. 그렇게 2021년을 보내고 나면 연말에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옷들, 잘 안 입게 되는 옷들을 정리할 수 있겠지?
자꾸만 입을 옷이 없고, 사도 사도 끝이 없는 건, "내가 어떤 옷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대충이라도 종류별(티셔츠/원피스/재킷/코트/청바지/청치마 등)로 옷이 몇 벌이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옷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예쁜 옷이 보이면 덥석 덥석 사게 되는 것이다. 집에 비슷한 옷이 있건 말건(왜냐면 있는지조차 모르니까) 어떤 옷과 매치할 수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예쁘면 그냥 지르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사오고 나면 그것과 어울리는 옷이나 구두, 악세사리가 없단 생각이 추가 지출이 또 발생한다.
일단 나만 해도 최근에 입은 몇 벌까진 기억이 나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깜빡하고 옷장 깊숙이 쳐박아놓은 옷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러니 계절이 바뀌면서 옷장 정리를 할 때쯤이면 '아 왜 이 옷 안 입었지?'하고 아쉬워하게 되곤 한다. 그래서 옷을 사지 않기 위해서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데일리 착장을 올리기로 했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다. 시간 날 때마다 데일리룩을 올리다 보면 내가 어떤 옷을 갖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고, 옷 입는 즐거움도 증폭될 것 같고, 믹스매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