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우리 행동을 지배하는 두가지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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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한다면, 또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접하게 되는 책

그렇지만 금새 그 두께를 보고 포기하게 되는 바로 그 책.

 

인간 행동의 오류나 비합리적인 행태를 알게 되면 어떻게든 그걸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쩐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비해 더 나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합리적인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배임 행위나 다름없다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치려 하고, 또 고쳐지지 않는 내 모습에 곧잘 자책하곤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건 나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심리 실험들이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과 어긋나는 수많은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도 이 책 전반에 걸쳐 누누히 강조하듯, 경제학자들이 전제하는 것처럼 합리성을 논리적 일관성으로 정의한다면, 도리어 현실 세계에서 사리 분별력이 있는 사람은 합리적일 수 없고 단지 그런 이유로 사람을 비합리적이라 규정하긴 어렵다.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하려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주어진 정보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그동안 내가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완벽한 인간을 곧 AI에 가까운 로봇의 모습으로 생각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젠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아래 물음에 대답해보자.

누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가?

앨런 지적이다, 성실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완고하다, 시기심이 강하다

시기심이 강하다, 완고하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성실하다, 지적이다.


 

 

 

 

왠지 앨런이 벤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는 처음 본 이미지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향이 먼저 제시된 앨런이 벤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살펴보면 똑같은 성향을 가지고 순서만 반대로 나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똑같은 가치를 가지는 정보를 가지고도 어떤 순서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 2가지 시스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두 가지 시스템

 

우리의 뇌는 2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주로 시스템1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의 인지 자원에는 한계가 있어 눈앞에 닥친 모든 이슈들을 전부 신중하고 꼼꼼하게 처리할 수 없는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과 직결된 요소들은 의식조차 하기 전에 빛의 속도로 처리하여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도 이해해볼 수 있는데, 이전 경험을 토대로 생긴 고정관념은 일일이 맞는지를 따져가며 판단을 내릴 때보다 빠르고 효율적이고 설사 틀리더라도 사후적으로 수정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에 형성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생리적인 기제를 바탕으로 우리 행동으로 드러나는 여러 패턴을 다루고 있다. 나온지 꽤 된 책이라 이 이후에도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굵직굵직한 행동 심리학 연구는 여기서 다루고 있어 상당한 두께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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