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우리 뇌의 특징을 활용해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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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가?

 

드라이퍼스 모델에 따르면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이르는 단계를 총 5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드라이퍼스는 5단계로 나눴지만 꼭 한 단계에만 속하는 게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있을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꼭 한 가지 단계에 속하는 게 아니더라도 각 단계의 특징을 통해 내 위치를 파악해보는 것은 전문가로 향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전문가에 이르는 다섯 단계
전문가에 이르는 다섯 단계

 

 

 

1단계: <초보자> 

 

전문성을 쌓으려 하는 영역에서 사전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

여기서 경험이란, 해당 기술을 쓰면서 사고에 변화가 쌓이는 경험을 뜻한다. 연차가 10년이든, 20년이든 간에 1년 차에 배운 업무를 10번이고, 20번이고 반복한 것이라면 그것은 경험으로 볼 수 없다.

 

초보자의 특징은 크게 2가지로 보인다. 

 1. 업무를 수행하면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기보단 눈 앞의 과제를 달성하는데 급급하다.

 2. 상황과 관계없이 통하는 규칙이 있으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레시피나 가이드가 있으면 그걸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단,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수를 하면 몹시 당황한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거나 부서가 바뀌게 되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체계적인 방법이다. 누군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순서대로 하나씩 차근히 알려주었으면 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것을 못 견뎌 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규칙은 없기 때문에 규칙에 의존하려다보면 상황에 맞춰 규칙을 추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규칙을 다시 설명할 규칙이 생기면서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규칙이 있으면 시작할 수 있지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2단계: <고급 입문자>

 

적절한 상황에서 조언을 활용하면서 고정된 규칙을 조금씩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시도해보기 시작한다. 경험에 비추어 상황에 적절한 방식으로 일하지만, 여전히 큰 그림은 잘 모르고 그에 대해 별 관심도 없다. 

 

 

3단계: <중급자>

 

이 단계에 이르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이전 단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반사적으로 대응했다면 여기서는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한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해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주변으로부터 "스스로 일을 찾아 한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4단계: <숙련자> 

 

너무 쉽거나 단순한 문제는 기피한다.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교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도 간접적으로 배운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부분을 예측할 수 있을만큼 경험이 풍부하고 설령 일이 틀어지더라도 뭘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지 안다. 숙련자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의 실수를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셀프 피드백이 가능하단 점이다.

 

 

5단계: <전문가>

 

늘 더 나은 방법과 수단을 찾는다. 각 상황별로 맥락에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방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는 전체의 1 ~ 5%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논리적이거나 이성에 근거해서라기보단 그간의 경험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 직관을 바탕으로 일한다. 

 

 

5단계 중에서 나와 닮은 특징들을 찾다보면 대부분 초보자 ~ 고급 입문자 언저리일 것이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점은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단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일하더라도 고급 입문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갓 일을 시작했거나 연차가 그리 많이 쌓이지 않았는데 왜 나는 고급 입문자밖에 안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본인의 위치를 파악한 것부터 남들에 비해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있다.

 

드라이퍼스의 5단계 모델을 접하기에는 초보자와 중급자, 그리고 전문가 정도로 업무적인 능력이 나뉜다 생각했다. 누가 봐도 초보임이 분명해 여기저기 물어봐야 일을 할 수 있는 신입과 어느 정도가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중급자, 그리고 혼자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영감을 주는 전문가. 이렇게 세 분류로 나눠지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고급 입문자와 숙련자 사이, 숙련자와 중급자 사이, 중급자와 전문가 사이에 가장 큰 차이가 뭔지를 알아야 그 단계를 뛰어넘을 방법이 보인다. 특히, 나이만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 연차만 쌓인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라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하곤 한다.

 

 

 

■ 그렇다면,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전에 먼저, 우리 뇌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뇌는 L모드인 선형적인 모드와 R모드인 비선형적인 모드가 있다. 얼핏 한창 유행하던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으나 특정 위치가 특정 기능과 연결되는 건 아니다. 

 

L모드와 R모드 비교
L모드와 R모드

 

위 그림에는 L모드와 R모드를 좌우 반구에 나눠 매칭 했지만 편의상 그렇게 나눠서 표현한 것이지 L모드와 R모드는 뇌의 특정 위치로 구별되진 않는다. 대신,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모드만 활성화할 수 있는데 L모드가 활성화될 땐 R모드가 OFF상태이고, R모드가 활성화될 땐 L모드가 OFF상태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아마도 매 순간 한 모드가 지배적이고 두 가지 모드를 비슷한 강도로 활성화시켜 오가는 것은 어렵단 의미 같다.

 

 

처음엔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접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인가 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분류인 듯하다. 카네만이 이야기한 시스템 1과 2는 '인지적 노력 여부'에 따라 나뉜다면 L모드와 R모드는 '사고의 형태'에 따라 나뉜다. 그간의 교육 과정에서는 마치 L모드가 R모드보다 우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우리는 L모드를 연마하는 교육을 받는데 R모드를 활성화하라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R모드는 정리를 하거나 분석을 하기보다는 발산적인 사고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에 가깝다.

 

 

R모드를 활용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내가 시도해보고 있는 방법은 자유 형태의 저널링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닝 페이지'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이름 그대로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을 필터를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어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끌어안고 고민해도 잘 풀리지 않던 문제가 갑자기 샤워를 하는 도중에, 설거지를 하는 도중에 해결 방법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분석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가만히 머리를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이런 유레카적인 순간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사고 양상이 아침에 가장 활발하다. 그 때문에 아침에 눈 뜨자마자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에 떠오르는 일이 무엇이든 모두 적어 보는 것, 그리고 쓴 것을 절대 검열하지 않는 것, 최소 3페이지 이상 길게 쓰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첫날은 정말 한 페이지도 채 채우기가 어렵다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쓸거리가 많아지고, 오히려 쓰면서 생각이 명료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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