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취미를 가지고 싶을 땐,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자! 나무 도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후기(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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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때문인지 딱 꼬집어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평소에 잘하던 것도 잘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혹은 이쯤 되면 이제 잘할 법도 한데 여전히 어려운 것들도 있죠. 매일 반복하는 보고서 쓰기, 두괄식으로 요점만 말하기, 클릭과 구매를 부르는 카피 쓰기가 그렇습니다. '너는 왜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하니?' 따위의 말을 들으면 몇 번은 속으로나마 받아치다가 어느 순간 한 없이 땅굴을 파며 '왜 난 아직도 이 정도일까'의 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거죠. 특히 잘하고 싶은 것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겨 스케이팅을 보며 그녀를 질투한다거나 왜 우리는 김연아처럼 피겨 스케이팅을 잘하지 못할까 자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성공적인 연기를 응원하고 열망하죠. 그렇지만 제가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는 직장에는 나와 비슷비슷한 사람이, 비슷비슷한 공간에 있는데 나보다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클라이언트하고도 쉽게 어울리면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 들죠. 최악인 건 혼자 비교하고 혼자 위축돼서 자신감을 잃어버려 잘할 수 있었던 것들까지도 못하게 돼버리는 거죠.

윽. 정말 싫지만 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이 악순환의 고리를 한 번 끊어줘야 합니다. 실체가 없는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으려면요.
이노무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거라는데, 그런 회의가 모이고 모여 결국에는 매주 한두 번꼴로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늘 회의 전날이면 필요한 자료 조사와 장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죠. 아무리 해도 자연스러운 논리적 구조나 결론 도출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노트북을 들고 와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막상 결과물은 썩 마음에 들지 않죠. 게다가 누군가 한두 시간 만에 제가 작업한 수준의 장표를 뚝딱 만들어낸다거나 오랜 시간 붙들고 만든 장표가 난도질을 당하는 걸 보면 그 자괴감은 더 커집니다.

 


이럴 땐 더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를 다그칠 게 아니라 과감히 끊어내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찾은 방안은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생뚱맞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해보지 않은 것일수록, 내가 하는 일과 상관이 없으면 없을수록 그 효과가 더 큽니다. 매일 책상에 앉아 있는데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거나 업무에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포토샵이나 아도비, 엑셀을 배우는 건 자괴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결국 이것도 종류만 다르다 뿐이지 잘하고 싶은 스킬들이니깐요. 대신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스포츠, 실내 서핑, 복싱, 크로스핏이라던가 판소리나 가야금 배우기, 우드 카빙 같은 것들을 배워보는 거죠. 업무랑도 거리가 멀고 하루 배우는 걸로 큰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혀 잘해보잔 마음이 앞서질 않습니다. 물론 기왕이면 잘하면 더 좋겠지만 못하면 뭐 어때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거죠.


저는 최근에 두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어요.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손재주가 없다 생각한 탓에, 손에 땀이 많은 탓에 기피해온 것들입니다. 하나는 나무 도마 만들기였구요. 다른 하나는 핸드 빌딩 도자기입니다. 처음 하는 거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고요.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애초에 잘 해내야겠단 마음조차 없었어요. 오히려 결과물이 이상하면 이상한대로 애착이 가고, 망한 것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웃음 자판기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나무도마 만들기 원데이클래스 참여 장면
열중하고 있단 증거로 손목의 힘줄 보이나요? 

 

 

게다가 칼질 한 번, 직선 한 줄 똑바로 그었을 뿐인데 손재주가 좋다고 칭찬도 받았고요. 전동 기구가 너무 무거워서 엇나가게 자른 도마는 '느낌 있다'며 선생님과 자화자찬을 쏟아내는 뻔뻔함까지 갖추었죠. 그리고 여기다 이렇게 자랑하까지 하는 중입니다. 완성된 도마는 글 끝에서 보여드릴게요. 아쉽지만 도자기는 가마에 굽는데 시간이 꽤 걸려 크리스마스 때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이는 종종 능숙함을 연상하게끔 만드는 탓에 보이지 않는 부담을 지우곤 합니다. 더 이상 처음인 게 무기가 아닌 순간이 오죠. 아무리 저 자신에게 '그럴 필요가 없어,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봤자 마음속 깊은 한 구석에서는 '아니야, 니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니가 이걸 한 세월이 몇 년인데!'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죠. 그러니까 정말 내가 느끼기에도 못하는 게 너무 당연해 뻔뻔함까지 장착할 수 있는 것을 해보세요! 대신 끝까지 해보면 못하는 것도 그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단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면 잘해야겠단 부담도, 잘 못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덜할 거예요.

 

나무 도마 원데이클래스 완성작
제 첫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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